김순흥교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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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칼럼

김순흥교수 칼럼

역사를 가르치지 않는 반反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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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외국으로 유학을 가려면 유학시험을 치렀다. 국사가 필수였다. 과거는 미래의 방향을 일러주는 이정표이기에 역사가 그만큼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에서는 시민권을 얻으려면 미국역사와 영어시험을 치러야 한다. 우리로 말하면 국어와 국사 시험이다. 물론 기본적인 것을 묻는 시험이다. 신대륙의 발견부터 시작하여 식민지에서 독립하는 과정, 남북전쟁과 민주주의의 수립과 이를 지켜온 과정들을 포함하여 미국의 건국이념과 철학을 묻는 것이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미국에서 아무리 오래 살아도 미국시민 자격을 갖지 못한다.  길지 않은 역사지만 그들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알게 하는 것이다. 건국 이념을 알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대륙의 끝에 붙어서 어렵게어렵게 이어왔지만, ‘줄기차게’ 이어온 역사가 있었기에 오늘이 있다. 수많은 외침外侵속에서도 뛰어난 능력과 철학이 담긴 역사를 가진 민족이었기에 이제 때를 만나 제 자리를 찾아 번영과 영광을 누리는 것이다. 한동안 왜국倭國에 주권을 빼앗겨 고난을 겪었지만, 꺾이지 않고 제 자리를 찾아낸 역사를 가졌다. 어느 민족도 하지 못한 우수한 글자를 만들고, 「왕조실록」같은, 지난 일을 돌아볼 수 있는 그 수많은 기록들을 남겨 오늘을 이룬 것이다. 불의에는 저항하고 국난에는 힘을 합해 이겨낸 역사를 가졌기에 오늘이 있다.

청년들이여 역사에 눈을 떠라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자주 들으면서도 그저 좋은 말인가보다 하고 그냥 넘겨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이 나라의 지도자인양하는 지배자들이나 교육이라는 중책을 맡은 사람들 중에 역사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이 보여서 걱정이다.

역사를 감추려는 사람들, 역사를 덮으려는 사람들, 역사를 비비꼬아 왜곡시키려는 사람들,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 역사가 어떻게 되든 나만 잘되면 된다는 천박한 출세주의자들. 해방 후 수십 년 동안 이 사회를 망가뜨려온 지배세력과 천박한 이기주의에 바탕을 둔 교육제도가 야합하여, 젊은 층이 역사를 모르고, 역사를 알아야 하는지도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고, 모르는 것이 부끄럽지도 않게 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요즘 아이들은 다 그래” 하면서, 마치 역사를 모르는 것이 당연한 일인 것처럼, 그래도 되는 것처럼 생각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뒤집으면 ‘역사를 기억하는 민족에게만 미래가 있다’는 말이다. 앞서서 역사를 기억해 온 사람들 덕에 오늘 우리가 있다. 하지만, 지금 역사를 기억하지 않는 우리를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고 앞날이 걱정이다. 광주에서 낳고 자라서 대학까지 온 청년들이 5.18을 모른다.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 유관순 열사는 그냥 옛날이야기처럼 안다. 유신이 무엇인지, 군부독재가 무엇인지도 모른다. 고통받았던 역사는 물론 자랑스러운 역사도 모른다. ‘안배웠단다’. 학교에서 안배우고, 밥상머리에서 엄마아빠한테도 배우지 않았단다. 오직 수능시험에 나오는 과목만 배웠단다.

국민들을 얼마나 바보로 만들었으면, 청년들에게 얼마나 엉터리 교육을 시켰으면 이 꼴이 되어, 젊은이들이 역사의 죄인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자신의 이익에만 부합되면 아무나 지지하게 되었는지, 너무나 답답하다.

 

국사교과서를 국정화려던 세력, 국사를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바꾸는 세력들은 왜 그러는걸까? 역사앞에 서는 것이 부끄러워서인가? 역사의 심판이 두려워서인가? 감춘다고 감춰지지 않는 진실이 역사다. 비비꼰다고 꼬아지지 않는 진실이 역사다. 바른 역사를 제대로 가르쳐야한다.

청년들이여 역사에 관심을 가지라. 역사에 눈을 떠라. 앞길이 보일 것이다. 더 이상 ‘안배웠다’고 변명하지 마라.

“정리되지 않은 과거는 끝나지 않은 현재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김순흥 (사회학자,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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