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공이산(愚公移山)을 이룩한 “미라클보이스앙상블”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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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공이산(愚公移山)을 이룩한 “미라클보이스앙상블”Ⅲ

★9명의 발달장애인이 사건을 만들다
★국내는 물론, 세계최초의 발달장애인 성악공연단
★금년10월 31일 미국 카네기홀 무대에 서다

행복한 표정의 짓는 이은형실장 대한사회복지신문.jpg

 

미라클보이스앙상블 공연단 탄생은 기적(奇跡) 그 자체.

“남여 9명의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성악공연단”

그간, 국내 굴지의 공연만 수십 여 차례.

장애인의 위상 드높여 정연재단장, 장애인센터 센터장도. . .

 

기자: 실장님의 말씀을 들으면 들을수록 사연에 푹 빠져드는 느낌이 듭니다. 그만큼, 사연 곳곳이 감동적이고, 또한, 어머니의 위대한 존재감이 드러나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각설하고 질문 드립니다. 발달장애인 정연재 씨의 장애인단체 센터장이라는 직함과, 미라클보이스앙상블이라는 성악공연단 단장이라는 직함이 어딘지 모르게 연결고리가 어색하거나 생소한 느낌이 드는데, 이에 대한 설명이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실장: 질문의 함의를 이미 파악했습니다. 질문의 요지는, 발달장애인의 신분으로서, 장애인복지 관련 단체장과 성악공연단 단장이라는 직무를 수행해 낼 수 있느냐라는 맥락으로 이해됩니다. 주신 질문 충분히 이해합니다.

먼저, 지난 2019년 7월, 발달장애인의 자립 생활을 위해, 광진발달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설립되었고, 맞물려서 센터장 모집이 함께 있었습니다. 모집 요강에, 사회복지사 자격을 가진 자로 제한된 자격요건이 사회복지사인 연재의 조건과 부합되어 센터장에 취임하게 되었습니다. 센터는 비장애인 조력자와 발달장애인 당사자 센터장과 활동가들이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발달장애인의 자립과 인권보장을 위해 서로 존중하며 일하는 곳입니다.

이는, 발달장애인은 공동체 주류로 편입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금까지의 사회적 우려나 고정관념을 일거에 기우로 만들어버린 매우 유의미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미라클보이스앙상블공연단 단장의 직함은, 윤혁진 교수님을 따로 떼어놓고 설명할 수 없습니다. 앙상블에 관해서 그분의 역할이 99%라면 정연재 단장은 1% 정도로 미미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라클보이스앙상블 공연팀이 구성된 배경에는 교수님의 역할이 절대적입니다.

또한, 배우자이신 김은정 성악가님의 조력까지 보태어져 오늘의 정연재가 존재하고, 미라클 보이스성악앙상블 이라는 단체가 존재하게 된 것입니다. 이 두 분들의 공로야 말로, 절대적이라고 감히 평하고 싶습니다. 

후일담입니다만, 2015년 연재에게 성악을 배우게 하고 싶어서 지도 선생님을 찾던 중 남편과의 인연으로 이탈리아 유학을 막 마치시고 대학에 몸을 담고 계시던 윤 교수님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가슴이 떨리는 것은, 당시 교수님께서는 단 숨도 참지 않으시고, “가능합니다, 그리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매우 단호하게 말씀을 주셨습니다.

그간, 연재의 작은 꿈을 위해 기도하고 있을 무렵 저와 남편은, 윤 교수님의 자신 있는 한마디에 백만 원군을 얻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연재의 음악 학습은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단순 암기력은 뛰어나지만, 이해력이 부족한 연재에게는 자신의 몸을 이용해 소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처럼, 연재를 교육시키는 전 과정들이 너무나 어려우셨을 거예요.

제가 교수님께 발달장애인과 함께 한다는 것은 끊임없는 인내가 필요하고, 지치실 거라고 걱정하면 교수님께서는 오히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하는 그날까지 하겠다고 저희에게 용기를 주십니다. 본인이 주업으로 하시는, 뮤지컬/오페라에도 앙상블 단원들을 세워주시고, 늘 비장애인의 연주 무대에 설 기회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일반적으로, 발달장애인들은 당사자들이 본인의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우므로, 지도하시는 분들과 부모들 간의 소통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야 더 교육의 효율이 나타나는 듯 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이제는 어엿한, 세계최초, 대한민국최초, 발달장애인 성악가들로 구성된 미라클보이스앙상블 이라는 명실공한 예술단체로 성장하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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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보이스앙상블은

* 세계최초, 대한민국최초 초유의 성악예술단체.

* 금년 10월 31일, 미국카네기홀 무대에 설 예정.

* LG 산전 직원으로 자립생활 기반 마련.

* 대한민국 장애인의 긍지 세계만방에 알려.

 

더욱 소중한 일은, 이들은 어느새 자립 준비의 일환으로, 노래하며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2년차 예술근로자입니다. LS산전의 직원으로 활동하며 외부로는 장애인 인식 강사로, 각종 연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워딩 그대로, 자립생활에 돌입한 것이죠. 그동안, 험난한 가시밭길을 헤쳐 온 목적이, 우리가 없어져도 연재 스스로 자립생활이 가능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그게 실현되었잖아요. 모두, 윤 교수님 내외분의 은덕입니다.

그간, 국내에서 정기연주회 등, 수십 여 차례, 크고 작은 공연을 마쳤고 금년 10월31일에는 미국뉴욕카네기홀 무대에서 그들의 기량을 맘껏 펼치고 최초 발달장애인 성악 앙상블로서의 역할을 잘 하고 오자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공연단 이름 그대로 기적을 일으킨 단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기자: 아무튼 대단한 성과를 거두었을 뿐 아니라 이를 통칭 인간승리라고 표현해도 될 만큼 놀랍습니다. 이는 결국, 발달장애인을 둔 부모의 혼신과 헌신이 만들어 낸 역대급 휴먼 다큐드라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미라클이라는 음악 단체도 중요하지만, 그 이면에서, 묵묵히 진한 모성을 보여 오신 이은형 실장님의 공로가 팔 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개의 장애인이라면 선입견부터 갖는 우리나라 현실 정서에서, 어둠을 빛으로 승화시켜낸 모정이야말로, 신사임당, 맹모삼천의 주인공, 헬렌켈러의 부모님과 비교하여도 전혀 손색없는 행적이었고, 성과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좀 결이 다른 질문입니다만, 정연재단장의 증조부께서는 3.1운동 당시에 탑골공원에서 기미선언문을 직접 낭독하신 정재용 선생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하나, 큰 증조부께선 이승만 대통령의 주치의를 지내셨을 만큼 당시로서 쟁쟁한 가문이 틀림없다고 보여 집니다. 어느 날 정연재단장이 기적을 이룬 단체인 “미라클보이스앙상블”의 주역으로 활동하는 배경에는 독립 운동가이신 훌륭한 조상님으로부터 물려받은 DNA의 작용도 있을법한데요. 어떠신가요. 포함하여, 그간의 소회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실장: 잠시 돌이켜 생각해봅니다. 우리 연재가 고등학교 때 급우들에게 두들겨 맞고 들어 온 일이며, 집안의 55인치 티비를 끌어내려 부숴 버린 일, 길가는 사람들에게 침을 뱉어 버리던 일, 화가 난다고 8차선 도로로 뛰어들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이후, 청년기에 들어서도 그리 녹녹치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소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연재엄마로 살고 있음에 너무 행복합니다. 기자님 아세요? “조심스러운 행복을요”. 모르긴 해도, 아마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님들의 한결같은 심정일 것입니다. 더하여, 조상님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웃는 시간이 팔 할 이상이래요.(웃음)

생각해보세요, 사람하고 눈도 못 맞추던 우리 연재 씨가 그 유명한 카네기홀 무대에 선대요, 얼마나 좋아요? (끝내 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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