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 장애인들에게 ”실수 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 말은, 한국장애인포럼에서 활동하는 최한별 활동가가 지난 8.18일 스위스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개최된, “긴급상황을 포함한 탈시설 가이드라인” 채택 1주년 기념 토론회장에서 한 세상을 향해 던진 발언이다.
실수할 권리, 일견, 애매모호한 느낌을 주는 말 같지만, 이 문장이 주는 함의(含意)는 너르고, 높다랗고, 깊다.
이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기로 한다.
물론, 이 말의 속내는, 이미 탈시설을 했거나 향후, 하려는 장애인의 사회 적응 기간에 발생하는 온갖 시행착오에 대해서 정부나 사회가 이를 폭넓게 이해해주기를 요구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지위고하 누구를 막론하고, 크고 작은 실수나 시행착오를 겪으며 살아가게 마련이다.
이러한 실수를 겪으면서 경험을 축적하고 그 축적된 경험치가 곧, 상식이나 지식이 되어 누대로 전해져 오고 그런 중심에 오늘의 우리 세대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경험과 지혜의 역사성이다.
“실수할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를 깊이 없이 이해하게 되면 자칫, 왜곡되었거나 경도된 발언으로 오해를 낳을 수도 있다.
이 주장의 본래 취지는, 탈시설을 꾀한 중증장애인이, 평생을 사회와 유리된 시설에서. 제한된 자유를 누려오다가, 어느 날 갑자기 평생 자신의 의지를 가두어 놓았던 높다란 울타리를 벗어나 생전, 보고 듣지도 못하던 신세계를 경험하게 되면서 생겨난 일로 인해서 생겨난 상황들을 이해시키려 해서 나온 발언이다.
이 작은 실수들을 핑계 삼아 탈시설을 시도하려는 현상에 대해서 넘치게 우려하는 측에 던지는 절규이자 호소다.
이처럼 장애인의 “실수할 권리”란, 비단, 탈시설을 요구하는 측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어설프게나마 사회 적응을 해가는 이 나라 모든, 장애인들에게, 두루 해당이 되는 주장이라는 생각이다.
그들이 일상사를 통해 겪는 “실수할 권리” 의 “실수”의 실체적 근인은, 장애인 당사자를 비롯한 사회가 아니라,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이 사회 모든 이들에게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실수할 권리”를 인정하려면, 우선, 장애, 비장애를 초월한, 참 인간애에 대한 깊은 철학적 고찰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장애, 비장애인, 직업이나 신분 여하를 떠나, 신 앞에, 모든 인간은 완벽하게 평등하다는 철학적이고 지성적인 개념이 정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冒頭)에 적시된 짤막한 문장처럼, 장애인의 “실수할 권리” 라는 문투는 지구상 모든 국가들에게 전하는 화두이자 절대적 명제여야 한다는 절박성을 느끼게 된다.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