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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맨의 복지칼럼

기사입력 2021.12.1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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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러스맨의 복지칼럼

    한승훈.jpg

    칼럼니스트: 한 승 훈(복지활동가)

                                                                    세밑에 한번쯤은

     

      12월의 마지막이 코앞이다. 시골집마당의 전깃줄을 울리는 바람소리는 을씨년스럽고, 군데군데 찢어져 구멍 난 창호지엔 덕지덕지 신문지가 붙여져 있다. 마당에는 보행기와 전동스쿠터가 비닐에 덮여져 있고, 방안에서는 가끔 바튼 기침소리가 간간히 들려온다. 할아버지가 간혹 방문을 열고 내다보고는 바로 닫는다.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는 누구를 기다리는 것일까? 자식이나 요양보호사일까? 그러나 바람소리와 기침소리. 작게 들리는 텔레비전 소리 외에는 인기척이란 없다.

     

      온 세상이 대통령후보자들 관련뉴스와 코로나로 도배되고 있는 요즈음이다. 독거노인에게 요즘의 커다란 뉴스들은 과연 어떻게 다가올까? 그저 나와는 먼 얘기일 수도 있고, 정치에 관심이 있다면 돌아가는 수많은 상황들을 지켜보며 혼잣말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외출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 코로나 걱정은 안하지만 마을이장이나 보건소에서 연락이 와서 백신접종은 마칠 수 있었다. 가끔 부녀회나 적십자 등 지역봉사단체에서도 반찬 등 심심치 않게 가져다준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사람이 그립다. 말벗이 너무나도 그립기만 하다.

     

      일주일에 세 번 정도 방문하는 요양보호사도 세 시간 남짓 빨래며 반찬이며 청소를 하느라 대화는커녕 말을 건네기에도 눈치가 보인다. 그저 텔레비전 리모콘만 만지작거리는 수밖에... 시간이 다 되어 카드체크를 하고 돌아가는 요양보호사를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고는 방문을 닫아건다. 마치 마음의 문을 닫아거는 듯 보이지만 아쉬움의 그림자는 감출 수가 없다. 볕이 따사로운 날에는 소일거리 삼아 마당의 낙엽을 쓸어 모아 태워보기도 한다. 나뭇가지 하나들어 불쏘시개로 뒤적거리며 한참시간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시간이 흘러 저녁이 되자 기계적인 모습으로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개다리소반을 준비한다.

     

      겨울이 깊어가는 지금 성탄절이며 송년회며 많은 가족들 친구들과 지인들과의 모임이 분주하게 이뤄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잊지 말자! 우리의 아버지가! 우리의 어머니가! 이렇듯 혼자서 쓸쓸해하고 있음을!

     

      세밑 즈음이면 누구나가 그런 감정을 느끼듯 또 한해가 지나는 시점에서 특별히 해놓은 것 없이 한 살이 또 늘어나는구나 하면서 푸념도 하고, 덧없이 흐르는 시간을 애석하게 느끼면서 우울감도 찾아오게 된다. 독거장애노인들은 하물며 얼마나 더 그러할 것인가. 배우자도 먼저 떠나보내고, 자식들이 없거나 있어도 멀리 살거나 찾아오지도 않는다면 그 상실감과 외로움은 더욱 크게 다가올 것이다. 참으로 쓸쓸한 연말을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못난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이 있듯이 직업도, 장사도 할 줄 모르는 장애를 가진 자식하나라도 곁에 있으면 이렇듯 허전하진 않을 것이라는 어느 독거장애노인의 말이 그냥 흘려 들려지진 않는다. 노인복지프로그램 중 AI를 이용한 인형을 보급한 적이 있는데 인기가 좋았었다. 그만큼 말벗이 그리웠던 것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겨울 언덕위에 앙상한 나뭇가지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단순히 계절이 바뀌는 과정이라 생각할 것이고, 인생의 생애주기를 떠올리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나뭇잎 하나 없이 차가운 바람을 알몸으로 맞으며 서있는 것이 마치 자기 자신을 보는 것 같다는 그 한마디가 가슴을 저리게 한다.

     

      필자는 물론이고 세상의 모든 존재하는 사람들은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 겨울 한파와 차가운 바람을 뚫고서라도 따뜻한 목소리로 부르면서 외로움으로 가득 찬 그 방문을 똑똑 두드렸으면 한다. 그러면 고독의 상자에 머물던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활짝 웃으며 반겨줄 것이다. 특별히 요즘 같은 시기에 한번쯤 우리는 살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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